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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근처 아파트에서 과외를 하고온 나는 지친 몸을 이끌고 다시 학교로 돌아오고 있었다. 저녁으로 미리 사둔 컵라면과 삼각김밥을 먹을 생각을 하면서 모퉁이를 돌았다. 앞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고 가까이 가니 과 동기들이였다. 너무나도 반가운 마음에 뒤에서 놀래켰다. 인사를 나눈 뒤 그들은 한 음식점에서 저녁을 먹을 계획이었다고 말해줬다. 나도 갑자기 같이 밥을 먹게 되었다. 그 이후 정신차려보니 밤12시까지 보드게임카페에서 게임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정말 시간은 순식간으로 흘렀고 기분이 좋지 않았던 나는 상당량의 행복함을 느꼈다.
우연적인 만남이 이렇게 재밌을 수 있구나.
오늘의 생각거리는 즉흥이다.
분명 예전까지, 즉 고등학생까지는 즉흥적이라는 말이 부정적으로 다가왔다. 난 항상 플래너에 하루 계획을 세워 지켜 살아가는 성향이었다. 따라서 즉흥이라는 세계는 나와 다른 세계라고 생각해왔다. 틀에서 벗어난 일들은 많은 긴장을 요한다. 그런 긴장감을 느끼는 것을 싫어했기에 머릿속에는 여러 가지의 플랜들이 세워져있다. 이러한 관념을 깨뜨리는 곳이 바로 대학이다. 대학에 와서 약속이 파토나는 경우, 갑자기 약속이 잡히는 경우, 내 뜻대로 일이 흘러가지 않을 때가 수도없이 많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 맞는 것 같다. 처음에는 극도로 혐오했지만 점점 적응해가기 시작했다. 은근히 이런 상황을 즐기고 있는 거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살아볼 날들이 언제 또 있을까. 매일매일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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